
사진으로는 다 담기지 않는 순간들이 있어요
말로는 설명 안 되는 감정들도 있죠
그럴 때마다 그 자리에 조용히 있던 건 음악이었어요
졸업식의 복잡한 마음도, 새벽 첫차의 차가운 공기도, 혼자 떠난 여행의 외로움까지
그때 들었던 노래 한 곡이 그 순간을 그대로 꺼내 보여줘요
음악으로 기억하는 순간들, 오늘 같이 떠올려봐요
졸업식, 아무 말도 못 한 채 노래만 들었어요
졸업식이란 게 참 묘한 행사예요
끝이라는 말이 주는 슬픔과, 새로운 시작에 대한 설렘이
한 자리에 같이 있는 이상한 공기 속에서
웃고 울고, 사진 찍고 안아주던 그날의 순간들
근데 막상 그 날, 제가 했던 말은 거의 없어요
할 수 있는 말보다 하지 못한 말이 더 많았거든요
그래서 그날 집에 돌아와서, 조용히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틀었어요
졸업식이 끝난 뒤
친구들이랑도 헤어지고, 교복은 옷걸이에 걸어두고
모든 게 조금은 어색해진 밤
혼자 방에 누워 들었던 자우림의 ‘스물다섯, 스물하나’
그 가사 하나하나가 내 얘기 같아서
괜히 눈물이 찔끔 났던 게 기억나요
또 그 즈음엔 윤하의 ‘기다리다’,
정준일의 ‘안아줘’ 같은 노래도 많이 들었어요
그냥 조용히 듣기만 해도, 복잡한 감정이 조금은 정리되는 기분이었어요
누군가는 졸업식 사진첩을 다시 꺼내보겠지만
저는 그때 만들었던 플레이리스트를 다시 들을 때마다
그날의 공기, 복도에서 울리던 발소리, 교실에 남아 있던 따뜻한 햇살까지
전부 선명하게 떠오르거든요
말보다 음악이 먼저 흘러나오는 순간이 있어요
졸업식이 딱 그랬던 것 같아요
내가 못한 인사, 못한 고백, 못한 작별…
노래들이 다 대신 해줬어요
새벽 첫차, 세상이 조용해질 때 들었던 음악
새벽 첫차를 타본 적 있으세요?
사람들도 말이 없고, 밖은 아직 어두워서
세상이 나만을 위해 멈춘 것처럼 느껴져요
특히 버스 창가에 기대어 이어폰을 끼면
그 순간은 진짜 아무도 건드릴 수 없는 나만의 시간이 돼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처음 대학 OT 가던 날
짐 가득 메고 새벽 버스에 앉았던 기억이 나요
어색한 기대, 낯선 긴장, 동시에 이상한 자유
그 순간 들었던 노래는 악동뮤지션의 ‘시간과 낙엽’이었어요
그 차가운 공기와 멜로디가 너무 잘 어울려서
그 장면이 아직도 마음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어요
또 새벽 알바 가던 날마다
폴킴의 ‘초록빛’, 잔나비의 ‘꿈과 책과 힘과 벽’ 이런 노래들도 꼭 들었어요
그 시간엔 사람들 말소리 대신
잔잔한 멜로디랑 가사가 더 위로가 됐거든요
창문 밖으로 조용히 움직이는 가로등 불빛을 보며
음악 하나로 마음이 다 가라앉던 그 새벽,
지금 생각해도 참 좋았던 순간이에요
버스 안 조용한 엔진 소리, 미세하게 흔들리는 의자,
그리고 귓속에만 울리던 노래
그게 저한테는 세상에서 제일 아늑한 공간이었어요
지금도 새벽 시간에 혼자 움직일 일이 생기면
그때 들었던 플레이리스트부터 꺼내 듣게 돼요
혼자 떠났던 여행, 음악이 유일한 동행이었어요
혼자 떠나는 여행엔, 사람 대신 음악이 함께해요
낯선 도시, 낯선 언어, 낯선 풍경 속에서
내가 아는 건 이어폰 속 익숙한 멜로디뿐이었어요
그게 참 든든하더라고요
혼자 첫 기차 여행을 갔던 날
헤드폰 끼고 앉아 DAY6의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를 듣고 있었는데
그 순간 창밖 풍경이 영화처럼 느껴졌어요
기차가 움직일 때마다
그날의 고민이 멀어지는 느낌도 들고요
낯선 도시로 가는 길에
볼빨간사춘기의 ‘여행’ 같은 노래는
괜히 어깨가 들썩이고, 조금 설레게 만들었고요
혼자 해변을 걷거나 조용한 골목길을 지나갈 땐
스탠딩에그의 ‘Little Star’나
치즈의 ‘Mood Indigo’ 같은 노래가 딱 어울렸어요
가사보다는 분위기로,
그 순간을 기록해주는 느낌이랄까요
돌아오는 길에 듣는 노래는 또 다르게 들려요
김동률의 ‘감사’,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처럼
묵직한 감정이 묻어 있는 곡을 들으면
여행에서 느꼈던 것들이 천천히 마음에 내려앉는 기분이 들어요
그 여행이 어디였는지는 희미해질 수 있어도
그때 들었던 노래를 다시 들으면
모든 게 다시 생생해져요
그래서 전, 여행 사진보다 플레이리스트를 먼저 챙겨요
진짜 기억은 음악이 만들어주거든요
지나간 시간들은 점점 흐려지지만
그때 들었던 음악은 이상하게도 더 선명해져요
노래를 틀면, 풍경이 떠오르고 공기가 느껴지고
그 순간의 내가 어떤 마음이었는지까지 다시 느껴지죠
졸업식 날 못 했던 인사, 새벽버스에서의 생각들,
혼자 걷던 여행지의 바람까지
모두 음악이 기억해주고 있어요
다음에도 또 누군가와 헤어지거나, 혼자 어디론가 떠나게 된다면
그 순간을 담을 노래 한 곡, 꼭 옆에 두세요
나중에 그 노래를 다시 들을 때
지금의 이 마음이 다시 반짝일 테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