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날 우연히 들려온 노래 한 곡에
잊고 있던 스무 살의 방, 그 공기, 그 감정이 고스란히 떠올랐어요
그 시절 나를 안아주던 음악들, 지금도 여전히 마음 한 켠에 살아 있어요
그 노래가 시작되면, 내 방의 공기부터 달라졌어요
스무 살의 방은 어땠냐고 물으면, 솔직히 인테리어나 크기 같은 건 잘 기억 안 나요
근데 이상하게도, 그때 들었던 음악을 떠올리면
그 노래가 흐르던 내 방의 공기까지도 또렷하게 떠올라요
창문 조금 열어둔 채로 들어오는 서늘한 공기,
따뜻한 조명 하나 켜두고 침대에 앉아 있던 나,
그리고 노트북 스피커로 작게 흘러나오던 그 노래
사실 그때는 요즘처럼 고음질 스피커도 없었고
에어팟 같은 것도 없어서 이어폰 줄 꼬이는 것도 귀찮았거든요
근데 이상하게, 그 조악한 음질 속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하나하나가
지금보다 더 가깝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심지어 가사도 왜 그렇게 잘 들렸는지
내 마음이랑 너무 닮아 있어서, 그냥 노래 한 곡 듣는 게 아니라
누가 내 얘기 대신 말해주는 기분이었어요
그때 자주 들었던 곡 중엔,
적재의 ‘나랑 같이 걸을래’처럼
조용히 위로해주는 따뜻한 기타 소리로 방 안을 채우는 노래도 있었고요
아이유의 ‘무릎’은 불 다 끄고 혼자 누워 들을 때마다
이상하게 마음 깊은 곳이 찌릿하게 울렸어요
그런 노래들 덕분에 아무 일도 없던 하루도 괜히 특별해졌고,
침묵조차 음악처럼 느껴지던 밤이 많았어요
내 감정을 정리해주던 건, 결국 노래였어요
스무 살은 모든 게 처음이잖아요
처음으로 자취하거나, 처음으로 연애를 해보거나
혹은 처음으로 외롭다는 감정을 진하게 느끼기도 하고요
그 모든 순간에, 제일 먼저 찾았던 건 친구도 아니고 가족도 아니고… 바로 음악이었어요
마음이 복잡한 날엔 이어폰 끼고 동네를 그냥 걸었어요
아무 데도 가지 않고, 그냥 걷기만 했는데도
좋아하던 노래 한 곡 들으면 괜히 눈물이 핑 돌기도 했고요
윤하의 ‘사건의 지평선’을 들을 때면
지금은 다 지나간 어떤 관계나 마음들이
그때 왜 그렇게 아팠는지, 그 아픔조차 또렷하게 떠올라요
정준일의 ‘고백’은
말 한 마디 제대로 못 꺼냈던 그 시절의 내가 생각나서
괜히 미안해지고, 조금은 웃음도 나고요
폴킴의 ‘커피 한 잔 할래요’처럼
차 한잔의 여유가 너무나 간절하던 날들도 있었어요
그리고 또, 브로콜리너마저의 ‘유자차’는
누군가 나한테 “너 참 수고했어”라고 말해주는 것 같아서
그저 들려오는 멜로디에 기대 울어버린 날도 있었어요
그런 노래들이, 내가 뭐라고 이렇게 공감해주냐는 생각이 들 만큼
그 시절 내 감정을 하나하나 정리해주는 느낌이었죠
시간이 지나도, 음악은 그때 그 모습 그대로
지금은 스무 살 때보다 훨씬 더 많은 걸 알게 되었고
삶이 조금 더 복잡해지고, 현실적인 고민도 늘었지만
문득 그때 들었던 노래를 다시 들으면
어쩐지 마음이 다시 맑아지는 기분이 들어요
그 노래는 변하지 않고 그 자리 그대로 있어서
다시 스무 살의 나로 돌아가게 해줘요
계절이 바뀌는 날이면, 그냥 습관처럼 플레이리스트를 다시 꺼내 듣게 돼요
검정치마의 ‘기다린 만큼, 더’는
혼자라는 감정이 어색하지 않았던 어느 겨울밤을 떠올리게 하고
자우림의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그 시절의 반짝거리는 감정과 아직은 날것 같았던 내 청춘을 생각나게 하죠
가끔은 김광석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을 듣고
왜인지 모르게 이별도 안 했는데 마음이 아려오기도 했어요
그리고 치즈의 ‘어떻게 생각해’,
10cm의 ‘그게 아니고’ 같은 노래는
약간은 쿡쿡 찌르듯 솔직한 감정이 느껴져서
되게 좋아했는데, 지금 들어도 여전히 공감돼요
음악은 진짜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더라고요
오히려 내가 바뀐 걸 음악이 알려주는 느낌이랄까요
그 시절 내가 방 안에서 혼자 만든 감성 플레이리스트는
지금도 가끔 꺼내 들어요
그때와는 다른 감정으로, 지금의 나도 음악에게 기대어 보는 거죠
지금은 매일 바쁘게 흘러가는 하루 속에서
음악을 일부러 틀어놓는 시간조차 놓칠 때가 많아요
근데 문득, 예전에 듣던 노래 한 곡이 우연히 흘러나오면
그때 그 방의 온도, 창문 너머 공기, 그리고 내 마음까지
그 순간 그대로 되살아나는 게 참 신기하더라고요
음악은 참 고마운 존재예요
그 시절 나를 위로해주고, 감정을 정리해주고
시간이 흘러도 그대로 남아서
지금의 나에게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오니까요
스무 살 그 방, 그 공기, 그 노래들을
이젠 추억처럼 꺼내보며 웃을 수 있다는 것도
조금은 더 단단해졌다는 증거겠죠?
가끔씩은 그런 음악들에 기대어
지나온 나를 다독이고, 지금의 나를 조금 쉬게 해주세요
그 시절의 노래는, 여전히 우리 안에서 조용히 숨 쉬고 있으니까요 :)